유지상 기자(前 중앙일보 음식전문 기자)의 맛탐험 세계 名국수

입안 가득 씹히는 '지중해의 낭만'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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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타멘테, 파스타 디 마리아 에 오티마(역시, 마리아의 파스타가 최고야)."

"씨, 파스타 디 맘마 에 오티마(예, 엄마의 파스타가 최고지요)."

지난해 12월 17일 로마 시내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떨어진 한 아파트. 닷새 만에 지방 출장에서 돌아온 아빠가 포크에 파스타를 돌돌 말아 입에 넣으며 아내의 솜씨를 칭찬하자 아들이 맞장구를 친다.
부자의 너스레에 파스타 소스처럼 얼굴이 붉어진 마리아. 자리에서 일어나 남편과 아들의 접시에 파스타를 더 덜어 놓는다. 이날 마리아가 준비한 파스타는 참치 스파게티니. 소스는 남편과 아들이 좋아하는 토마토 소스에 해산물인 참치를 넣어 만들었다. 파스타 면은 맛이 잘 배도록 스파게티보다 가는 면발의 스파게티니를 사용했다.
우리에겐 스파게티로 친숙한 이탈리아 면 요리 파스타. 한국의 전통음식처럼 이탈리아의 파스타도 엄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이다. 오랜 세월 식탁을 차려온 이탈리아 여인들의 정성이 서양의 대표적인 면 요리로 발전했다.

파스타는 '반죽하다'란 이탈리아어 '인파스탈레'에서 온 말. 밀가루를 물로 반죽해 만든 각종 면류의 총칭이다. 이탈리아 중동부지역 캄포바소(campobasso)에 있는 대형 할인점 티그레(tigre)의 파스타 코너는 일반 진열대뿐 아니라 냉장.냉동 쇼케이스에서도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체별로 다양한 모양의 수십가지 제품을 내놓아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파스타의 본고장임을 실감케 한다. 국수 가닥의 스파게티는 기본. 원통형 마카로니도 굵기별로 진열돼 있다. 달팽이.용수철.꽃.나비 모양에 물만두처럼 속이 차 있거나 중간 중간 파랑.빨강 제품도 눈에 띈다.

국내 면제품 전문 생산업체인 ㈜면사랑에서 파스타 부문 컨설턴트로 일하는 이탈리아인 귀도는 "파스타의 종류가 수없이 많긴 하지만 크게 생 파스타와 건조 파스타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래 파스타는 밀가루 반죽을 먹기 쉽도록 잘라서 굽다가 만들어졌는데 나폴리를 중심으로 보관이 쉬운 건조 파스타가 등장하면서 이탈리아 전역과 나라 밖으로 퍼졌단다. 또 17세기 초 파스타 압축기의 발명으로 대량 생산까지 가능해지면서 서민들과도 친숙한 음식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캄포바소에 있는 미셀리아 레스토랑의 주인 안드레아는 "요즘도 생 파스타를 이탈리아 북부지방이나 핸드메이드 레스토랑에서 취급하기는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일반 가정주부도 번거로운 생 파스타를 반죽하기보다 만들기 쉽고 존득존득한 맛도 뛰어난 건조 파스타를 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파스타 반죽가루는 빵이나 국수의 밀가루와 다소 차이가 있다. 글루텐의 함량이 높은 듀럼(durum) 밀을 거칠게 갈아 만든 세몰리나(semolina)를 쓴다. 파스타 대부분이 황금색인 것은 세몰리나가 노란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파스타 주 생산지인 나폴리에선 글루텐의 함량을 높인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바로니아(baronia)'란 브랜드로 전 세계에 파스타를 수출하고 있는 데마테스사 마르코 사장은 "파스타가 세계인의 기호 음식으로 발전하고 있어 호주.캐나다 등지의 질 좋은 재료를 수입해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파스타는 면도 면이지만 소스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일반 가정에서 면은 건조 파스타를 쓰더라도 소스는 대부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소스의 주재료는 토마토. 귀도는 "현대적 의미의 붉은 파스타 혁명은 1830년께 미국에서 토마토가 들어오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다른 소스는 토마토가 들어오기 전부터 쓰던 올리브 오일이 주재료가 된다. 단순하게 마늘을 볶아 향을 가미하기도 한다. 버터를 사용하는 지역은 북부 일부지역에 불과하다고 한다.
소스에 넣는 내용물은 채소.해산물.고기 등 세 가지. 채소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원할 때, 조개나 생선살 같은 해산물은 싱그러운 맛을 낼 때 쓴다고.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면의 형태에 맞춰 소스를 선택하기도 한다. 면이 가는 스파게티는 가볍고 묽은 소스로 맛을 살리고, 면이 넓적한 링귀니 같은 파스타는 파마산치즈.버터 등이 들어간 진한 소스로 섞어서 낸다.
면사랑 정세장 사장은 "파스타도 세계의 면 요리처럼 일반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음식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저지방.저칼로리의 건강식 내지 별미음식으로 발전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로마.캄포바소 =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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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의 참치 스파게티니 (Spaghettini al tonno)

▶기본 재료 = 스파게티니 400g, 물 4ℓ, 소금 20g,
▶소스 재료 = 올리브 오일(엑스트라 버진급) ½컵, 마늘 1쪽, 앤초비(이탈리아식 멸치젓) 2개, 참치통조림 1캔(180g), 토마토 750g(껍질 벗겨 정사각형으로 썬 것, 또는 껍질을 벗겨 만든 통조림 제품), 잘게 다진 파슬리 약간,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소스 만들기 = ① 넓은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붓고 깐 마늘을 이등분해 넣은 뒤 타지 않도록 살짝 볶는다. 다진 앤초비를 넣어 올리브 오일에 스며들도록 한다. ② 불을 끄고 잠시 식힌 뒤 참치 덩어리와 약간의 통조림 오일을 함께 넣고 참치를 작게 부수며 섞어준다. ③ 다시 불을 켜고 2 ~ 3분간 더 볶은 뒤 마늘은 건져낸다. ④ 토마토를 넣고 중불에서 20분 정도 끓인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만 맞추면 소스 완성.
▶파스타 삶아서 담아내기 = 큰 냄비에 물(4ℓ)과 소금(20g)을 넣고 끓인 뒤 파스타를 넣어 8분 정도 익힌다. 파스타가 엉기지 않도록 가끔 저어준다. 파스타가 알맞게(al dente) 익으면 얼른 건져 소스에 잘 섞은 뒤 잘게 다진 파슬리를 얹어 뜨거울 때 낸다. 스파게티니가 없어 스파게티로 끓일 땐 삶는 시간이 4분가량 더 걸린다.

[출처: 중앙일보] [week& In&Out 맛] 입안 가득 씹히는 '지중해의 낭만'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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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파스타,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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