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인의 '혀끝에 척'

파스타의 왕좌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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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단지 가만히 있을 뿐인데 괜히 공허한 마음이 든다.
입이 심심해 주변을 둘러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는 게 곧 쉬는 것이자 낙(樂). 필자 포함,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탐구해본다.


'소스가 듬뿍 묻은 면을 포크로 돌돌 말아 한입에 쏙…' 먹고 싶지만, 한입 크기 양 조절에 실패하기 십상인 스파게티(Spaghetti). 

사실 필자는 스파게티 면의 뚝뚝 끊어지는 식감을 좋아하지는 않으나 맛깔나게 생긴 비주얼과 브로콜리부터 베이컨 등이 담긴 진한 소스의 맛을 선호하는 편이다.

▲ 시선을 홀리는 아름다운 스파게티들. 스파게티는 100% 경질밀(단단한 밀)과 달걀을 이용해 만들어졌으며, 끓는 물에서 건져낸 뒤에도 잘 퍼지지 않는다. = 하영인 기자


빵을 잘게 찢어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은 크림소스, 토마토소스를 떠나 얼마나 훌륭한가. '빠네(파네·pane)'에 담긴 스파게티의 경우 먹음직스런 음식의 자태를사진으로 보존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한다. 

 

이 외에도 토마토소스인 '포모도로'부터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 △카르보나라 △봉골레 등 소스에 따라 제각기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굳이 분위기 좋은 음식점을 찾지 않더라도 집에서 본인 취향에 맞춰 만들어 먹기에도 좋다. 일반 마트만 가더라도 다양한 면과 소스를 취급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먹기만 잘하는 타입이라면 직접 만들어줄 누군가를 찾자.  

 

 

◆파스타=슬로푸드 "다른 밀가루 음식과 비교하면 섭섭하고요"

스파게티와 파스타에 대해 종종 혼동하는 이가 있는데,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대표적인 한 종류일 뿐이다. 일명 '이탈리아 국수요리'인 파스타는 길이나 굵기 등으로 구분되며 링귀니, 페델리니, 라자니아 등 수백 가지에 이른다.

스파게티는 초기 나폴리에서 만들어졌으며 당시 스파게티는 현재와 두께가 비슷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파게티가 이탈리아 북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됐는데, 두꺼운 면발을 선호하는 북부인들의 기호에 맞춰 점차 두꺼워졌다. 

하지만 북부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다소 간이 센 음식을 선호, 결국 소스의 맛을 충분히 흡수하기 위해 오늘날과 비슷한 두께(1.8~2㎜)의 스파게티로 자리 잡았다. 

 

스파게티와 비슷한 면으로는 '스파게티 베르미첼리(Spaghetti Vermicelli)' '스파게티니(Spaghettini)'가 있다. 

스파게티 베르미첼리는 스파게티와 유사한 이름만큼이나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파스타로 스파게티보다 더 가늘다. 스파게티니 역시 스파게티보다 한 단계 더 가는 면이며 조리 시간이 짧아 최근 들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스파고(Spago)는 이탈리아어로 '실'이라는 뜻인데, 스파게티는 '실처럼 가늘고 길게 생긴 면이 모여 있다' 는 의미다. 안토니오 비비아니라는 시인이 지은 이름으로 알려졌다. = 하영인 기자

 

 

밀가루는 흔히들 '살찌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성립됐는데 이에 대해 스파게티(의인화)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를 '슬로푸드(slow food)' 혹은 '지중해식 다이어트 음식'이라고 부른다. 

라면, 자장면, 빵, 과자 등의 밀가루 음식들은 당지수가 높아 우리 몸에서 지방으로 빠르게 흡수될 뿐만 아니라 각종 기름과 설탕 등 고열량의 지방 때문에 살찌기 쉽다. 

하지만 파스타는 일반 밀가루 외에도 메밀가루나 밤가루, 보릿가루 등 다른 곡식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이 역시 고탄수화물 식품이기는 하나 소화흡수가 빨라 칼로리가 지방이 돼 체내 축적되기 쉬운 패스트푸드와 달리 천천히 흡수되므로 열량이 완전 연소되기 쉽고 체내에 여분의 지방 축적을 막는다. 

또한 파스타는 기본적으로 식물성 음식이므로 살찔 위험이 적고 어떤 소스를 곁들이느냐에 따라 영양소를 조절할 수 있다. 

'맛있게 먹으면 0㎉…?' 적어도 때깔 고운 귀신이 되자.

 

 

◆'스푼'으로 엇갈린 예의의 잣대

오늘날 레스토랑에서 빠지지 않는 스파게티이지만, 사실 파스타는 초기 서민적인 음식으로 귀족이나 왕의 식탁에 오르지 못했다. 

포크가 일반적으로 보급되기 전까지 스파게티처럼 길이가 긴 파스타는 손으로 집어 먹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파스타는 거리 수레에서 판매됐다. 

그러다 페르디난도(Ferdinando) 2세의 시종인 젠나로 스파다치니(Gennaro Spadaccini)가 포크를 발명, 파스타의 지위도 덩달아 오른다. 나폴리 사람들은 포크가 보급된 이후에도 20세기 초까지는 주로 손으로 집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품격있는 지위를 얻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번에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스푼'이 가른 예의가 눈에 띈다.

스파게티를 포크로 먹다 보면 어느 정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유럽 대다수 국가에서는 이런 모습을 좋지 않게 생각해 스푼을 함께 사용한다. 특히나 대화를 중요시하는 유럽의 식사문화에서는 상체를 구부리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이 올바른 식사예절이기 때문.  

하지만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이렇게 먹는 것이 오히려 식사예절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긴다. 때문에 포크만 가지고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다만 포크 사용이 서툰 아이들이나 일부 남부 지역에서는 스푼을 사용하기도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우리나라에서는 스푼을 사용해도, 하지 않아도 무관하니 평소대로 드시라.

 

출처 : 프라임경제 하영인 기자 hyi@newsprime.co.kr) (기사 바로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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