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김성윤 기자'의 우동이야기

굵고 탱탱한 면발이 '내밀한' 목구멍을 쓰다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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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이로 씹어서 끊지 말고 그대로 목으로 넘겨라… 이게 일본 우동 마니아들이 즐기는 '노도고시(のどごし)' 방식"
일본 정통 우동 맛을 내려는 가게들이 속속 등장…
목넘김의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아붓고 있을까.

일본 정통 우동의 맛… '노도고시'의 맛을 체험해보다

길이 30㎝ 면발, 목 넘김 좋아…
국물에 찍어먹는 우동도 있어요

우동 한 그릇 비우는 데 길어야 30분이나 걸릴까? 이 맛있는 30분을 위해 우동 장인(匠人)은 꼬박 하루를 투자한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우동 그릇에서 면발을 집어 들었다. 젓가락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고도 도톰했다. 국내 최고의 우동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서울 서교동 '우동 카덴'의 정호영 셰프는 "면을 이로 씹어서 끊지 말고 그대로 목으로 넘겨보라"고 했다. 목이 메진 않을까 걱정됐지만, 우동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기에 따라 해보기로 했다.

 


 

‘우동 카덴’의 가케 우동. 따뜻한 국물에 면을 말아 내는, 가장 익숙한 우동이다.

 

걱정 반 기대 반, 우동면 한 가닥만 약간의 국물과 함께 "후루룩" 목구멍으로 빨아들였다. 우동면이 목구멍을 매끄럽게 훑으며 식도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따뜻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굵고 탱탱한 면발이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는 내밀한 부분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듯한 묘한 느낌이었다. 정 셰프는 "이게 일본 우동 마니아들이 즐기는 '노도고시(のどごし)' 방식"이라고 알려줬다.
 

노도고시(喉越し).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일, 또는 넘어가는 맛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은 면요리를 먹을 때도 국수보다 육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오죽하면 과거 한 인스턴트 우동 광고 카피가 '국물이 끝내줘요'였을까. 반면 일본인은 면요리를 먹을 때 국물보다는 면에 집중한다. 그리하여 면을 입술로, 혀로, 이로 즐기는 걸로도 모자라 목구멍으로 음미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한국인은 면 요리를 먹을때 국수보다 육수를 더 중요하게 여기지만 일본인은 국물보다는 면에 집중한다. 

 

목으로 넘어가는 맛을 즐겨온 게 일본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서울 반포동 파미에스테이션에 있는 우동 명가 '와라쿠샤샤' 남윤재 대표는 "일본이 면발이 목구멍을 마찰할 때 발생하는 '물리적 노도고시'라면, 한국은 목을 지지게 뜨거운 국물을 꿀꺽 삼켰을 때 발생하는 '온도의 노도고시'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우동은 국물도 국물이지만 면을 맛있게 만들려는 노력을 수백 년간 해왔다. 한국에도 일본 정통 우동 맛을 그대로 내려는 가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목넘김의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아붓고 있을까. 찾아가 관찰했다. 

 

 

1. 우동은 수타면 아닌 ‘족타면’




 

‘우동 카덴’에서는 점심 영업이 끝나면 다음날 쓸 우동면 반죽을 만들기 시작한다. 기본 재료는 밀가루와 물, 소금 이렇게 세 가지뿐이다. 밀가루는 중력분을 기본으로 하되 탄력을 더하기 위해 약간의 강력분과 전분을 섞는다. 완성된 반죽은 4시간 동안 1차 숙성시킨다. 정호영 셰프는 “반죽 배합 비율이나 숙성 시간은 가게마다 그리고 계절마다 다르다”고 했다.

흔히 수타면(手打麵)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우동은 족타면(足打麵)이다. 1차 숙성이 끝난 반죽은 비닐에 꽁꽁 싸서 네모난 틀에 넣고 발로 밟는다. 반죽이 워낙 단단해 체중을 싣지 않으면 제대로 반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 셰프는 “너무 오래 밟으면 오히려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10~12분 정도만 밟는다”고 했다. 커다란 직사각형 덩어리로 완성된 반죽은 작업하기 좋게 6~8덩어리로 분할한 다음 프레스에 넣어 펴고 접기를 반복한다. 이걸 섭씨 18~20도 숙성고에 넣고 다음날 아침까지 12시간 2차 숙성시킨다.

숙성을 마친 우동 반죽 덩어리는 옆에서 보면 크루아상처럼 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손바닥으로 꾹 누르자 움푹 꺼질 정도로 말랑한데, 손바닥을 떼면 금세 원상태를 회복할 만큼 탄력이 좋다. 이 반죽을 롤러로 넓게 펴서 제면기에 넣고 네모 반듯하게 썬다.

우동면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다. 정 셰프는 “햇밀이 나오는 여름에 더 맛있긴 한데, 여름에는 온도와 습도 변화가 크기 때문에 겨울보다 만들기가 더 까다롭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소금량을 여름에 늘려요. 소금이 밀가루를 잡아줘 반죽이 무너져내리는 걸 잡아주거든요.”

국물을 준비하는 과정도 면만큼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시마를 60~70도 따뜻한 물에서 30분쯤 감칠맛을 우려낸다. 팔팔 끓는 물에 다시마를 넣으면 진액이 우러나와 맛이 떨어진다. 가쓰오부시, 뒤포리(국물용 밴댕이), 말린 고등어 등을 더해 은근한 불에서 1시간 반 정도 끓여 원액을 만든다. 여기에 물을 타서 우동 국물로 쓴다. 

 

 

2. 잘 만든 우동면은 선이 살아 있어



잘 만든 우동면은 어떻다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명가로 꼽히는 집에 가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우동은 삶는 데 15분 안팎 꽤 시간이 걸린다. 제대로 된 가게는 면을 미리 삶아놓지 않는다. 바로 삶아 나오는 면은 보기에도 탄탄하다. 칼로 썬 단면은 선이 날카롭게 살아 있다.

젓가락으로 집어올리면 길이가 적어도 30㎝는 된다. 정 셰프는 “목 넘김을 즐기도록 면을 만들다 보니 길어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길고 짧은 면발이 뒤섞여 있지 않고 균일하다. 씹으면 겉은 껌처럼 말랑한데 속은 심이 있는 듯 탄탄하다. 이걸 일본에서는 고시(腰), 즉 허리라고 부른다. ‘와라쿠샤샤’ 남윤재 대표는 “허리가 있어야 후루룩 빨아올렸을 때 면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입안에서 받게 된다”고 했다.

우동을 먹는 방법은 크게 다섯 가지. 삶은 우동에 간장과 미림, 설탕, 멸치 육수 등을 섞은 진한 국물을 조금 뿌려 먹는 ‘붓가케우동’, 우리 흔히 아는 우동과 가장 비슷한 ‘가케우동’, 우동을 삶은 물과 함께 큰 통에 담아 건져 먹는 ‘가마아게우동’, 삶은 우동을 찬물에 씻어 진한 국물에 찍어 먹는 ‘자루우동’, 삶은 우동을 씻지 않고 그대로 날달걀 넣고 비벼 먹는 ‘가마타마우동’이 있다. 

 

 

3.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일본 3대 우동

①서울 시청 앞 ‘이나니와 요스케’에서 사용하는 이나니와 우동. 말렸다가 삶아 먹는 ‘건(乾)우동’이다. 반죽 두 가닥을 꼬아 만드는 독특한 제면 방식 때문에 가운데 가느다란 구멍이 생긴다. ②삶아낸 우동면은 찬물에 여러 번 씻어 전분을 완전히 씻어내야 매끄러운 식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③서울 서교동 ‘우동 카덴’의 가케 우동.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한 면발과 맑으면서도 진한 국물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지역마다 특색 있는 우동이 있지만 일본 열도를 장악한 건 사누키 우동이다. 국내에서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동이다.

사누키는 가가와현의 옛 이름. 일본에서 가장 오랜 우동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이다. 804년 헤이안 시대 당나라로 유학 갔던 구카이대사(空海大師)가 밀교(密敎·불교의 일파)와 함께 우동도 들여왔다. 서울 서교동 ‘우동 카덴’(02-6463-6362), 합정동 ‘교다이야’(02-2654-2645), 남가좌동 명지대 앞 ‘가타쯔무리’(전화 없음) 등이 사누키 계열로 분류된다.

사누키 우동과 함께 아키타현(秋田縣)의 ‘이나니와(稻庭) 우동’, 군마현(郡馬縣) ‘미즈사와(水沢) 우동’을 묶어 ‘일본 3대 우동’으로 꼽기도 한다. 이나니와 우동은 거의 유일한 건(乾) 우동이다. 과거 왕과 귀족들에게 진상하던 아키타 특산품이다. ‘진정한 수타면’이다. 높은 분에게 진상하는 물건이라 감히 발로 밟을 수 없었기 때문일까, 손으로만 만든다.

반죽을 길게 잘라 두 개의 막대 사이에 감고 막대를 양쪽으로 잡아 늘인다. 지푸라기를 꼬듯 두 반죽 가닥을 손바닥으로 밀어서 늘리고 납작하게 두드리는 과정을 통해 탄력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면의 단면을 보면 칼국수처럼 납작하면서 가운데 가느다랗게 구멍이 나 있다. 이 구멍이 공기를 잡아두기 때문에 더 쫄깃하고 삶아서 오래 둬도 퍼지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 시청 앞 ‘이나니와 요스케’(02-772-9994)는 아키타의 유명 이나니와 우동 전문점 ‘사토 요스케’에서 운영하는 분점이다.

미즈사와 우동은 일본에서 사누키 우동의 ‘장기 독재’를 끝낼 유력 후보로 꼽힐 만큼 미즈사와 우동의 인기 상승세가 심상찮다. 이러한 트렌드가 한국으로도 전해졌는지, 최근 신세계 PB브랜드 피코크에서 미즈사와 우동을 내놓기도 했다.
 

군마현 시부가와시 이가호마치 미즈사와 부근에 있는 사찰 미즈사와테라에서 참배객들을 위해 군마현에서 생산된 밀과 미즈사와산(水沢山)에서 솟아나는 약수로 만들기 시작했다. 미즈사와 우동 전문점 ‘와라쿠샤샤’(02-595-2292) 남윤재 대표는 “반죽을 할 때 손으로 잡아당겨 늘리고 펴는 과정이 독특하기는 하지만 면 자체는 사누키 등 다른 지역의 우동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국물이 다르다면 다르죠. 도쿄 북동쪽에 있는 군마는 일본 본섬 동부를 뜻하는 간토(關東)에 속하는데, 관동은 진한 간장 맛을 선호합니다. 다시(국물)도 진하게 쓰고요. 가쓰오부시를 확실히 더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이 진한 국물에 우동면을 살짝 찍어 먹는 스타일을 군마에서는 선호한다. 남 대표는 “찍어 먹으라는 국물인데, 한국 손님들은 들이마시고 짜다고 하세요. 그러면 우동 끓인 물을 타드리죠.”

 

출처 

2016.12.15. 조선일보 주말매거진

링크 : https://goo.gl/WTv8Ic

글 =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사진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편집 = 조선일보 뉴스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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