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①

찬 바람의 계절이 권하는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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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가 귀하던 시절밀 수확기인 여름 즈음에나 맛볼 수 있었던 칼국수는 귀한 별미 요리였다그러나 이제는 어느 집에서나 언제든지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단으로 자리잡았다먼저 밀가루를 반죽해 도마 위에서 방망이로 얇게 민 다음 칼로 가늘게 썰어서 면을 만든다그리고 사골멸치해물 등으로 국물을 내고 감자애호박 등을 넣어 끓이면 완성이다입맛이 별로 없을 때나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언제 선택해도 후회가 없는 음식이 칼국수다

칼국수를 잘한다고 입소문이 난 식당들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그런 유명한 집들이 동네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구태여 소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나 그래도 발걸음이 잦아지는 집들이 있다

먼저 강북지역이다성북동 한성대입구역 인근에 ‘국시집’이 있다‘대통령 칼국수집’이라 불리기도 하는유명 인사들이 많이 다니던 집이다깔끔한 사골 국물에 부드러운 면이 나오는 안동식 칼국수다혜화동 로터리에서 성북동 방향으로 가다 오른편 골목으로 빠지면 혜화동 ‘손칼국수’가 있다간판이 작아 찾기 어렵지만칼국수 하면 빠지지 않는 집이다푹 끓인 사골 국물과 부드러운 면발양지머리 고기호박이 잘 어우러져 나온다

 

 

[사진] 사랑방 칼국수 (출처 : 서울신문)

 


 

[사진] 찬양집 칼국수 (출처 : 서울신문)

 


 

종로 2가 낙원상가 인근 골목길에는 1965년에 개업한 ‘찬양집’이 있다바지락을 많이 넣은 해물칼국수로 면국물김치 모두 무한리필이다혼자 가서 먹는 자리도 있고식당 안에 자리가 없을 때는 골목길에도 상을 차려 준다종로 5가 광장시장 좌판에 자리잡은 ‘강원도 손칼국수’는 대를 이어오는 집이다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반죽해 그 자리에서 면을 썰어 끓인다진한 멸치국물에 푸짐한 시장칼국수를 맛보기 위해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장보러 온 사람들과 부딪치며 옛 향수를 맛볼 수 있다.

을지로 3가 인근에서 1968년 시작한 ‘사랑방 칼국수’는 충무로 대표 칼국수집이다찌그러진 양푼냄비에 담긴 약간 풀어진 면에 김고춧가루를 대충 얹어 놓은 것 같지만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훌륭한 비주얼과 맛을 자랑한다그 맛과 분위기에 푹 빠져 주인아주머니가 선물한 오래된 냄비가 지금도 내 서재 한쪽에 있을 정도로 자주 다녔다

연희동 우체국 근처에는 1988년 문을 연 걸쭉한 사골 국물을 자랑하는 ‘연희동칼국수’가 있고중림동 약현성당 인근에서 같은 해 개업한 ‘원조 닭한마리 칼국수’는 시원하고 깔끔한 육수즉석 만두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강남에도 이름난 칼국수집들이 여럿 있다방배동 카페골목에 자리잡은 ‘일미칼국수’ 1973년 이수역 부근에서 개업해 이곳으로 이전했다콩가루를 조금 섞은 손칼국수는 면발이 가늘고 부드럽다밀가루 음식이 안 맞는다는 사람도 이 집 면은 괜찮다고 한다다진 소고기계란지단김 등 고명이 화려하다서초동 양재역 부근 ‘산동칼국수’는 전남 구례 산동 출신 임병주 사장이 이름을 걸고 직접 면을 밀어 만든다바지락 칼국수와 김치가 잘 어울리는 맛집이다

 

양재동 구룡사 앞에는 콩가루를 섞는 안동식 국시로 서울 사람들 입맛을 바꿔놓은 ‘소호정’이 있다. 1985년 압구정동 시절부터 다니던 집인데 가늘고 부드러운 면발에 한우 살코기로 우려낸 육수가 일품이다함께 나오는 깻잎부추도 맛을 돋우는데 무조건 리필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따끈한 칼국수가 발길을 끄는 계절이 또 돌아왔다

출처 

2016.11.02. 서울신문

링크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1103029007

 


글 =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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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한끼식사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