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기자의 면(麵) 이야기

파스타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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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는 언제 누가 처음 만들었고 먹기 시작했을까? 파스타의 유래에 대한 다양한 설이 난무한다. 이중 하나가 ‘중국기원설’이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먹던 국수를 1298년 베네치아에 돌아오면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이지만 사실일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이 설을 부정할 근거는 많다. 아랍 지리학자 알 이드리시(al-Idrisi)는 12세기 초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는 (밀가루) 반죽을 끈처럼 만들고 ‘트리이(trii)’라고 부른다”는 기록을 남겼다. 12세기 초면 1100년경으로, 마르코 폴로가 돌아온 1298년보다 200년쯤 전이다. 1279년 제노바 시민 폰치오 바스토네(Ponzio Bastone)가 사망하면서 남긴 재산목록에는 ‘마카로니 한 광주리(bariscella de macaronis)’가 포함됐다. 마카로니는 짧은 튜브 모양의 파스타지만, 당시에는 밀가루 음식을 총칭했다. 따라서 ‘마카로니 한 광주리’가 어떤 파스타인지는 알지 못한다.

파스타는 오래 전부터 지중해 주변 지역에서 먹었다고 짐작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밀가루를 반죽해 만든 ‘이트리온(itrion)’과 ‘트리아(tria)’란 음식이 있었다. 훗날 아랍지역에서 ‘이트리야(itriyya)’라고 부른 음식은 그리스에서 왔다고 본다. 로마에는 ‘라가눔(laganum)’이란 밀가루 음식이 있었다. 라가눔은 파스타의 한 종류인 라사냐(lasagna)와 발음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트리온이나 트리아, 이트리야, 라가눔이 오늘날처럼 삶아 먹는 음식인지, 납작한 빵인지는 알 수 없다. 삶는다는 기록과 오븐 따위에 굽는다는 기록이 모두 남아있기 때문이다.
파스타(pasta)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아우르는 이탈리아 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파게티(spaghetti)가 파스타의 한 종류이다. 파스타가 밀가루 음식을 총칭하게 된 건 불과 2차 대전 이후이다. 과거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는 그저 ‘반죽(dough)’을 뜻했다.

<이미지 설명 : 청동으로 된 파스타 추출 도구 / 김성윤 기자>

파스타는 오래 전부터 지중해 주변 지역에서 먹었다고 짐작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밀가루를 반죽해 만든 ‘이트리온(itrion)’과 ‘트리아(tria)’란 음식이 있었다. 훗날 아랍지역에서 ‘이트리야(itriyya)’라고 부른 음식은 그리스에서 왔다고 본다. 로마에는 ‘라가눔(laganum)’이란 밀가루 음식이 있었다. 라가눔은 파스타의 한 종류인 라사냐(lasagna)와 발음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트리온이나 트리아, 이트리야, 라가눔이 오늘날처럼 삶아 먹는 음식인지, 납작한 빵인지는 알 수 없다. 삶는다는 기록과 오븐 따위에 굽는다는 기록이 모두 남아있기 때문이다.
파스타(pasta)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아우르는 이탈리아 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파게티(spaghetti)가 파스타의 한 종류이다. 파스타가 밀가루 음식을 총칭하게 된 건 불과 2차 대전 이후이다. 과거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는 그저 ‘반죽(dough)’을 뜻했다.

<이미지 설명 : 과거 결혼, 축제 때 사용한 가문 문양을 찍은 각종 파스타 / 김성윤 기자>

앞서 1279년 제노바 경우에서 알 수 있듯, 과거에는 ‘마카로니(macaroni)’가 오늘날의 파스타와 비슷하게 쓰였다. 특히 시칠리아를 포함한 이탈리아 남부에서 그랬다. 1351년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환상의 땅 ‘벤고디(Bengodi)’ 주민들이 마카로니를 가루치즈 산(山)에서 굴렸다고 묘사한 부분이 있다. 여기서 마카로니는 뇨키(gnocci)일 가능성이 높다고 음식학자들은 추측한다. 감자를 삶고 갈아서 동그랗게 빚은 뇨키가 마카로니보다 굴리기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마케로니(maccheroni)’가 표준 표기인데, 이는 이탈리아 북부 표기를 따른 것이다. 18세기 이전까지 ‘작은 벌레’를 뜻하는 ‘베르미첼리(vermicelli)’가 마카로니와 함께 파스타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했다. 베르미첼리는 오늘날 실처럼 가는 파스타를 말한다.

파스타는 ‘생 파스타(fresh pasta)’와 ‘건조 파스타(dry pasta)’로 크게 나눈다. 생 파스타는 일반 밀가루를 사용하며 만들면 바로 삶아 먹는다. 이탈리아에서는 흔히 ‘파스타는 바닥 나뭇결이 비칠 정도로 얇게 밀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자 어른 주먹 크기 반죽은 대략 1제곱미터 넓이로 펼 수 있다. 건조 파스타는 두럼(durum)밀를 빻아 만든 세몰리나(semolina) 밀가루가 재료이며 수분 함량이 12.5% 이내이다. 그늘진 곳에서 장기 보관 가능하다. 시칠리아와 사르디니아, 제오바는 건조 파스타 주요 생산지이다.

19세기 이후 건조 파스타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 파스타 주요 생산지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두럼밀을 대량 수입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밀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오랜 동안 파스타 포장에는 ‘파스타 디 타간로그(Taganrog)’라고 인쇄돼 있었다. 직역하면 ‘(우크라이나 항구) 타간로그(Taganrog)의 파스타’란 뜻이다. 우크라이나산 두럼, 즉 질 좋은 두럼으로 만든 파스타임을 광고한 것이다. 미국은 1898년 우크라이나 밀을 들여와 다코타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혁명으로 우크라이나 밀 생산이 붕괴하자 이탈리아에서는 미국 다코타산 두럼을 수입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대부분의 이탈리아 파스타는 미국산 두럼으로 만든다. 1차대전으로 이탈리아로부터 수입이 어려워진 미국에서도 대량으로 파스타를 생산하게 된다.

<이미지 설명 : 과거 사용하던 파스타 성형 도구 / 김성윤 기자>

생 파스타는 물 대신 달걀로 반죽하기도 한다. 물로 반죽했을 때보다 훨씬 쫄깃하고, 노란색이 선명하다. 과거 유럽에선 노란색이 영원불멸의 상징인 황금의 빛깔이라 하여 선호되었다. 언제부터 파스타에 달걀을 쓰기 시작했을까? 파스타의 기원만큼이나 알려지지 않았다. 빌 버포드(Bill Bufford)는 자신의 책 ‘앗 뜨거워(Heat)’에서 ‘달걀이 언급된 파스타 레시피를 17세기말 안토니오 라티니가 쓴 요리책 ‘오늘날의 스칼코(Lo Scalco alla Moderna)’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적어도 1600년대 말에는 달걀로 반죽한 파스타를 먹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파스타는 길이와 모양이 엄청나게 다양하다. 파스타 제조업체는 디자이너까지 고용해 매년 새로운 파스타를 쏟아낸다. 전통적인 파스타만도 수십 가지다. 페투치네(fettucine)는 로마에서 즐겨 먹는다. 납작한 리본 모양이다. 버터와 크림, 치즈로 만든 소스에 버무린 ‘페투치네 알프레도(Alfredo)’가 대표적 메뉴다. 리본을 뜻하는 페투치아(fettucia)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탈리아텔리(tagliatelli)는 페투치네보다 더 넓은 리본 모양으로 볼로냐를 상징하는 파스타이다. 토마토소스에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 판체타(이탈리아 베이컨), 당근, 양파, 셀러리, 와인, 육수, 우유를 넣고 진하게 끓인 ‘라구(ragu)’ 소스와 찰떡궁합이다. 비골리(bigoli)는 베네치아의 파스타이다. 스파게티보다 굵다. 통밀을 사용해 표면이 거칠고, 달걀 대신 오리알로 반죽한다. 냉면처럼 국수틀로 뽑는다.

<이미지 설명 : 토르텔리니 등 각종 생 파스타를 판매하는 블로냐 델리 / 김성윤 기자>

마카로니는 작고 구부러진 튜브, 펜네(penne)는 대각선으로 자른 튜브, 부카티(bucati)는 빨대, 리가토니는 표면에 골이 파인 굵은 튜브 모양 파스타이다. 라비올리(ravioli)와 토르텔리니(tortellini)는 ‘이탈리아 만두’로 고기와 치즈 따위로 속을 채운다.
모양이 그대로 이름인 파스타가 많다. ‘천사의 머리카락’이라는 뜻인 카펠리 단젤로(capelli d’angelo)는 가장 얇은 파스타이다. 카펠리니(capellini)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는 머리카락’이란 뜻이다. 오르키에테(orchiette)는 ‘귀’란 말로 고양이 귀처럼 생겼다. 이탈리아 반도 남동부 ‘장화 뒷굽’에 해당하는 풀리아(Puglia) 지방의 파스타이다. 도톰하고 쫄깃하다. 파르팔레(farfalle)는 나비, 콘칠리에(conchiglie)는 소라, 푸실리(fusilli)는 나선형이다.
파스타는 이탈리아 정식 코스요리에서 ‘프리모 피아토(primo piatto)’라고 부른다. ‘첫 번째 접시’란 의미다. 전채인 안티파스토(antipasto)와 고기나 생선 따위가 나오는 메인요리 ‘세콘도 피아토(secondo piatto·두 번째 접시)’ 사이에 나온다.
프리모 피아토의 주인공은 파스타이다. 소스는 파스타의 맛을 돋우는 조연일 뿐이다. 소스는 과유불급, 즉 넘침이 모자람만 못하다. 파스타를 다 먹었을 때 접시 바닥에 살짝 고이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미지 설명 : 소스가 파스타를 버무릴 정도로만 들어간 정통 로마식 카르보나라 / 김성윤 기자>

그런데 이 절제의 미덕이 한국에서 쉬 실현되지 않는다. 조연에 머물러야 할 소스가 종종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다. 서울 한남동 이탈리아 레스토랑 ‘파올로데마리아(Paolo de Maria)’ 오너셰프 파올로 데 마리아씨는 “파스타는 말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데 마리아씨는 “미국을 통해 이탈리아 요리가 전세계에 알려진 건 기쁘지만, 소스가 듬뿍 올려진 칼로리 높은 음식으로 왜곡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한국만 그런 건 아니고, 아마 일본을 빼곤 아시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안타까워한다.

한국에서 팔리는 파스타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들이 또 다른 불만은 ‘삶기’이다. 파스타는 ‘알 덴테(al dente)’로 삶는 게 기본이다. 면 한가운데 덜 익어서 하얗게 보이는 심이 가느다랗게 남아 딱딱하게 씹히는 상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파스타는 알 덴테로 먹어야 소화도 쉽고 영양소도 남김 없이 흡수된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아주 오래 전부터 확고했던 듯하다. 1475년 이탈리아 요리사 플라티나(Platina)는 자신의 요리책 ‘데 오네스타 볼룹타테(De Honesta Voluptate)’에 “파스타는 주기도문을 세 번 외우는 걸리는 시간만큼만 삶아야 한다”고 적었다.

파스타 완벽하게 삶기의 핵심은 ‘넉넉한 솥’과 ‘충분한 물’, ‘짭짤한 소금’이다. 데 마리아씨는 “파스타 1인분은 90g이나 20g 정도 늘려도 괜찮다”고 했다. 물은 파스타 100g 당 1리터를 기본으로 한다. 데 마리아씨는 이보다 훨씬 많은 “3리터로 충분하게 잡으라”고 권한다. 솥은 분량의 물을 부었을 때 절반 정도만 찰 정도로 넉넉한 크기여야 한다. 물이 끓으면 소금을 물 1리터 당 10g 정도, 짭짤하다 싶게 넣는다. 물이 끓으면 파스타를 넣는다. 파스타끼리 붙지 말라고 기름을 뿌리기도 하는데,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 물이 충분하고 솥이 넉넉하면 파스타가 서로 붙지 않는다.
스파게티는 9분, 넙적한 페투치네는 8분, 원통을 대각선으로 자른 모양인 펜네는 9~10분 삶으면 알 덴테가 된다. 한국에서는 국수를 건져 찬물에 씻지만, 알 덴테로 삶은 파스타는 그대로 소스와 버무린다. 국수 삶은 물은 소스의 농도를 맞추는데 요긴하게 사용된다.

데 마리아씨는 “삶은 파스타를 소스와 함께 프라이팬에서 흔들어 섞어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스타에 소스가 배면서, 소스와 파스타가 겉돌지 않게 한다. 데 마리아씨는 “삶은 파스타에 소스를 그냥 뿌려 먹는 미국과 이탈리아 정통 스타일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냉면이나 잔치국수처럼 부드러운 국수를 흥건한 국물과 함께 즐겨온 한국인에게는 ‘말라붙은 소스와 딱딱하게 설익은 국수’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을 요리법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한국의 많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한국인 입맛에 맞춰 ‘변절’하기 십상이다.
데 마리아씨는 대다수 한국인이 알 덴테를 즐기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크게 나무라거나 탓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의 입맛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이해한다. 하지만 특별히 손님이 요청하지 않으면 이탈리아 방식대로, 알 덴테로 삶은 파스타를 파스타의 맛을 살려줄 정도로만 소스에 버무려 낸다.

다행히도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경험의 폭과 깊이가 더해지면서 정통 파스타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본토 파스타 맛에 근접한 식당도 많아졌다. 파올로데마리아(02-599-9936)와 서래마을 도우룸(02-535-9386), 청담동 뚜또베네(02-546-1489), 압구정동 몽고네(02-540-0680, 한남동 마렘마(02-790-5633), 청담동 리스토란테에오(02-3445-1926), 올림픽공원 근처 알파르코(02-483-7066)가 제대로 된 파스타를 내는 곳으로 꼽힌다.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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